지난 번에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를 살펴보면서 프리플로우에 관한 글도 찾아봤었는데, 명확히 정리된 글이 없었습니다. 그저 한 두 문장 정도로 언급하는 수준이고 그것도 그냥 모션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투다 수준의 정리였거든요. 이런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사실 프리플로우가 아닌 다른 전투에도 적용을 하자면 할 수 있는 막연한 이야기기도 해서 저는 더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대로, 프리플로우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프리플로우 만의 특별한 혹은 강렬한 특징이 뭔지에 대해 한 번 정리를 해 봤습니다. 프리플로우란 이러이러한 것들을 통해 끊임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투다 이런 이야기를 말이죠.

 

단순 제 뇌피셜이기 때문에 공신력 같은 건 당연히 없습니다.

 


 

어떤 게임이 프리플로우인가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게임도 있지만, 이견이 없을만한 게임이 있습니다.

 

배트맨,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 스파이더맨입니다.

 

최초가 무엇이었건 간에, 프리플로우를 정립하고 대중화시킨 게임은 누가 뭐래도 배트맨입니다. 그리고 배트맨과 전투가 가장 유사한 다른 게임이 쉐도우 오브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시리즈입니다. 얘네들이 가장 대중적인 의미의 프리플로우 전투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트맨 이전에도 프리플로우라고 할 만한 게임이 없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좁의 의미의 프리플로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의미의 프리플로우를 완성시킨 것이 배트맨이라고 보고 글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게임들의 전투 시스템을 살펴보면서,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으면서 또 가장 중요한 핵심을 파악한다면, 프리플로우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프리플로우의 핵심은, 날아가서(?) 때린다

 

정확히 말하면 날아가는 것은 아니고, 날아가듯이 적에게 빠르게 이동해서 공격하는 것인데, 이걸 날아간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달라붙어서 때린다 이 말이 좀 더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달라붙는다는 표현이 맘에 안 드니까 그냥 날아간다고 하겠습니다.

 

좀 더 엄격하게 얘기하자면 플레이어의 이동 조작과 관계없이 적을 공격하기 위한 위치로 자동 이동 후에 공격한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은 일반적인 근접 전투 액션 게임을 먼저 살펴 봅시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은 대부분이 논타게팅입니다. 논타게팅이란 게 말 그대로 타게팅하지 않는 것, 그러니까 대상을 선택 혹은 선정하는 과정이 없는 겁니다. 롤 같은 데서 적을 선택한 다음 쓰는 스킬이 대표적인 타게팅 방식의 스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저가 클릭하는 식으로 선택하는 과정이 없어도 보여주지만 않을 뿐 내부적으로 기준에 맞춰서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그것도 타게팅입니다. 원거리 공격 중에 유도탄 같은 거 생각하면 되겠네요. (사실 내부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는지 저야 모르지만 그냥 개념 상으로 보자면 말이죠.)

 

논타게팅은 딱히 대상을 정하는 것 없이 그냥 공격 동작 중에 무기에 맞으면 데미지를 입는 식입니다. 옛날에는 온라인 MMO에서 논타게팅으로 구현하는 게 어려워서 논타게팅 MMO라고 막 광고하는 게임도 있고 그랬던 거 같은데, 요즘은 기술적으로 쉬워져서 언급할 가치가 없을만큼 기본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업계가 MMO 자체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논타게팅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많이 못 본 것 같네요.

 

이런 논타게팅 액션 게임은 공격을 하면 제자리에서 공격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적과 거리를 재고, 내 공격의 사정거리가 얼마인지를 생각해서 피하거나 공격을 하는 게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이죠. 

 

위의 gif 데몬즈 소울 공격은 제자리가 아니라 이동하면서 공격하는 것 같지만, 이것도 이 공격은 이만큼 이동하면서 공격한다라고 공격 자체에 미리 정해져 있는 겁니다. 그래서 원래 자리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것은 다른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동일합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거의 대부분의 액션 게임에 해당합니다. 데메크 시리즈, 프롬 게임 전부, 다크 사이더스, 용과 같이 시리즈(7 이전), 몬스터 헌터, 인왕 등등 수도 없이 많은 게임이 여기에 들어가죠.

 

이동하면서 공격하는 경우도 위에서 얘기한 제자리에서 공격하는 것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단지 앞서 말한 "제자리"를 계속 유저가 움직이고 있을 뿐이죠. 다른 표현으로 해보자면 유저가 원하는 현재 위치에서 공격을 하는 게 일반적인 액션 게임입니다.

 

 

위와 같은 액션 게임과 달리, 프리플로우는 현재 위치에서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위치로 이동을 해서 공격을 합니다. 플레이어의 이동 조작과는 관계없이 말이죠.

 

 

위에서 볼 수 있듯이 프리플로우는 적에게로 슝 날아가서 적을 때립니다.

 

이것도 최대 범위가 없는 것은 아닌듯 한데, 그 안에서는 거의 제한없이 이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3 게임의 전투 장면을 보면 갑자기 저 멀리로 날아가서 때리는 경우가 많이 나옵니다. 물론 꼭 멀리 가는 건 아니고 가까이서 때리기도 하고, 또 날아가듯이 이동하는 것 외에 달려가서 때리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날아간다라는 표현이 맘에 듭니다. 벌처럼 날아서 나비처럼 쏜다고도 하잖아요. 실제로 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정제해서 얘기하자면 유저의 의지(이동 조작)와 관계없이 공격 위치로 빠르게 이동 후 적을 공격한다 입니다.

 

타게팅 공격을 하는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지 일반적인 타겟팅 원거리 스킬처럼 발사체를 쏘는게 아니라 자기 몸을 쏘는 거긴 하지만요.

 

 

위의 3게임처럼 휙휙 날아다니면서 공격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프리플로우라고 하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슬리핑독스 위 스샷에서 바로 아래 스샷의 위치로 자동으로 위치를 이동하면서 공격

 

슬리핑독스 같은 경우 휙휙 날아다니는 액션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정 거리 안에 적이 있을 때 그 적을 공격하면 적 가까이로 자동 이동하면서 공격, 혹은 공격이 닿을만큼 길게 이동하는 모션이 들어간 공격을 합니다. 결국은 적에게로 자석처럼 탁 붙어버리는 거죠.

 

위쳐 3도 거리에 따라서 최대한 적에게 다가가는 다른 형태의 공격이 나갔..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정확하게 적 근처로 가서 바로 공격을 하는 건 아니어서 공격이 빗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가능한 거리를 보정해줄 수 있는 형태의 공격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플레이할 때는 적에게 붙여주는 느낌이 들어서 프리플로우 느낌도 났던 것 같네요. 이건 일단 기억이 흐릿하니 보류.

 

 

어쌔씬 크리드 레벨레이션

 

그 외에 어쌔씬 크리드 예전 전투 방식에서도 상황에 따라 적에게 자동으로 붙어서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위 스샷은 어크 레벨레이션이긴 하지만 어크 1도 비슷한 공격을 합니다. 어쌔씬 크리드 1이 2007년이고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이 2009년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전투만 보자면 어크가 먼저입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일반적인 액션 게임의 전투 방식과 확실하게 구분되면서 동시에 프리플로우를 널리 알린 것이 배트맨 시리즈이기 때문에, 오히려 배트맨 류에게 대중적인 의미의 프리플로우를 정립한 정통 게임이란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시기에 관계없이 배트맨이 한 게 정통 프리플로우고 나머지는 먼저 나왔건 말건 정통은 아니다, 미완성의 프리플로우다 이 말입니다. 물론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제가 얘기하고 있는 프리플로우는 좀 좁은 의미의 프리플로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제 마음 속에선 휙휙 날아다니면서 때리는 게 정통 프리플로우입니다. 그 외에는 다 사파다!

*그리고 근래에는.. 근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논타게팅 액션 게임에서도 특정 공격은 자동으로 달라붙어서 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위쳐 3를 프리플로우로 본다면 걔네도 프리플로우로 봐야하는가 하는 고민도 생겨서, 좀 좁은 의미의 프리플로우로 얘기하는 게 더 낫겠다 싶습니다.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반격

 

물 흐르는 듯이 끊김없는 전투가 되려면 회피/이동/방어 등 수동적인 행동을 많이 하면 안 되겠죠? 그런 행동을 하면 뭔가 신나는 흐름이 좀 막히는 기분이 드니 말이죠. 그래서 적이 공격을 해 올 때도 전투가 끊기는 느낌이 들지 않게, 프리플로우 게임은 반격을 합니다.

 

특히나 배트맨 류의 정통(?) 3 게임은 적이 공격을 하려는 순간을 UI로도 표시해주고 적당히 키입력을 하면 이 공격을 반격하는 동작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이게 100% 상대를 때리기까지 하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막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막는 걸 성공해 낸 것이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수동적인 방어보다 능동적인 공격에 가까운 느낌을 주게 합니다.

 

 

배트맨 류가 아닌 프리플로우에서는 단순 방어/회피 정도만 하고 반격까지는 이어지지 않거나, 혹은 좀 더 반격의 빈도가 낮거나 수동적인 느낌이 강하거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게임들은 끊김없는 액션성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자꾸 배트맨 류를 강조하는 이유는 얘네들이 이런 반격을 가장 잘 활용했고 또 덕분에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전투 맛을 잘 살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트맨 류도 게임이 점점 확장되면서 적극적인 공격 성향이 강한 반격에서 점점 수동적인 행동이 많아지는 상황으로 가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오히려 프리플로우의 참 맛이 안 살아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반격이, 끊임없는 액션의 맛을 살리는 데 참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프리플로우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션

 

일반적인 액션 게임은 정해진 공격 동작을 반복합니다. 엘든링 같은 게임도 기본 공격은 5개 정도에 강공격이나 점프 공격 이 더 있는 게 전부입니다. 물론 여기에 무기별로 동작이 달라서 결과적으로는 더 풍부한 모션을 확보하긴 하지만, 기본 공격만 봤을 때는 프리플로우 게임이 훨씬 더 다양한 모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굳이 추가 설명이 없어도 프리플로우를 해 보신 분들이라면 쉽게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션이 있어야지 전투가 또 끊김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적이 1미터에 있을 때 공격 A를 하고 10미터에 있으면 9미터 이동 후 공격 A를 하는 것과, 1미터에 있을 때 공격 A를 하고 10미터에 있을 때 10미터 이동과 동시에 이뤄지는 공격 B를 하는 것, 이 중 어느 게 더 이어지는 전투의 맛을 살릴 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프리플로우도 10미터 공격을 할 때 9미터 이동 후 공격 하는 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액션 게임은 항상 이렇다면 프리플로우는 가끔 나온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네요.

 


 

끊김없이 이어지는 전투가 프리플로우이긴 하지만, 무엇을 통해서 이 끊김없는 전투의 맛을 살렸는가에 대해서는 딱히 정리한 곳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엇 덕분에 이렇게 계속 이어지는 전투가 되는가, 즉 프리플로우의 핵심은 무엇인가를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물론 여기 있는 이야기들은 그저 제 뇌피셜입니다. 그냥 이렇게 보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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